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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시간 알차게 추억 쌓기.
리조트 뷔페식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 꿀물은 방에 올라가고 나는 소화할 겸 끝없이 울어대는 닭의 존재를 찾아 리조트 앞 민가를 기웃거렸다. 온갖 아름드리 열대 과일나무가 담을 휘감고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마음껏 홰를 치며 목청껏 우렁차게 울리는 울음의 향연이 이곳에서 들려온다. 담벼락 안쪽을 넌지시 바라보니 몇 마리의 닭들이 여유롭게 놀고 있다. 운치 있는 닭들의 보금자리도 보인다. 빛깔 고운 수탉의 늠름함이 우리 토종 닭과 흡사하다. 다만, 막탄 섬의 닭들은 날씬하고 한국 닭은 통통하다는 것이다. 막탄의 꼬끼오 들은 예의가 없다 보니 대낮까지 울어댄다. 맘 같아서는 민가로 들어가 낱낱이 훑어보고 영상에 담고 싶었지만 진한 아쉬움만 남겨둔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세부 막탄 섬 현지인의 삶에 섞여 그들의 생각, 문화, 풍습 같은 것을 리얼하게 느끼고 싶었는데 일정상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그 점이 가장 허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어제 심슨이 말하길 오늘 11시쯤 카운터에서 체크아웃하라며 방으로 전화가 올 거라 했는데 만약 전화 오면 무조건 OK OK하고 12시쯤 짐 꾸려서 라운지로 내려오면 된다고 했다. 지금 시각 8시 30분. 아무래도 방에서 죽치고 있다 떠나려니 못내 섭섭하여 꿀물에게 산책이라도 다녀오자 꼬셨지만 덥다며 시큰둥했다.
할 수 없이 혼자 K-Mart에 들러 산미겔 맥주 한 캔 사서 홀짝홀짝 마시고 일어났다. 동네 어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장기를 두고 있던 인력거꾼 중 타이슨 닮은 건장한 분이 나를 보며 호객을 한다. 순간, 맞아 이게 있었구나. 남은 시간 허투루 보내지 말고 인력거 타고 동네 한 바퀴 탐방하면서 알차게 추억을 만들어 보자. 타이슨 닮은 인력거꾼한테 와이프 하고 같이 탈 것이니 기다리라 말하고 방으로 왔다.
꿀물에게 어영부영 있지 말고 인력거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오자며 부추겼다. 무서운데!....라며 망설였다. 어쩌다가 이처럼 자원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천혜의 필리핀이 범죄가 잦고 위험한 나라로 낙인찍혔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무섭긴 뭐가 무서워?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인데... 구슬려서 동네 어귀로 나왔다. 타이슨 닮은 인력거꾼과 다른 인력거꾼이 서로 타라며 손짓을 한다. 이미 약속을 했기에 타이슨 닮은 인력거꾼에게 3달러에 흥정을 하고 꿈에 그리던 인력거에 탑승하게 되었다. 오라이~~
영상 보면 알겠지만, 무섭다고 망설이던 꿀물이 재밌다, 신난다, 시원하다며 연신 헤벌쭉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 뿌듯하게 추억으로 남는다. 인력거꾼의 이름을 물었더니 '퍼시'라며 알려 줬다. 퍼시의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덥고 습한 날씨에 둘을 태우고 힘을 쓰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퍼시가 나무를 가리키며 '망고'를 알려준다. WOW! 망고 트리? 나무가 한 아름이다. 그늘이 시원해 보인다.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에 잠깐 쉴 겸 망고 트리 그늘에 멈추라 하여 '퍼시'와 함께 사진 찍으면서 땀을 식혔다. 쉬면서 나이를 물었더니 마흔넷이라 알려 준다.
망고 트리 아래에서 타이슨 닮은 인력거 사장 '퍼시'와 함께 땀을 식히며 사진을 찍었다. 낯 선 이들과 어울림 이 게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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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함께 찍자고 하였더니 퍼시가 뒤쪽 인력거에 앉아 쉬고 있던 동료에게 부탁하여 한 컷 담았다. 처음엔 조폭처럼 보이더구먼 사진으로 보니 퍼시 잘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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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세부 막탄 섬의 솔레아 리조트에 머무르게 되거들랑 인력거 탐방 체험은 꼭 한번 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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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막탄 섬의 귀엽게 생긴 염소다. 일행 중 꼬마 아이가 염소를 보고 사슴이라고 부르던데... 산양인 듯 사슴인 듯. 그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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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트리 그늘에 땀도 식히고 추억의 사진도 한 컷 담았으니, 다시 콜드바 골목길 탐방에 나섰다. 지나는 길에 한 건물을 가리키며 Japanese School(재피노 학교)이라고 알려 줬다. 막탄 섬 현지인들의 영어 발음이 조금 다른 듯하다. 스쿨을 스쿤 비슷하게 발음하고 J(제이)를 (K)케이 또는 (기)처럼 발음해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물론 우리가 워낙 영어 실력이 없었음을 인정한다. 골목길을 벗어 날 즘 퍼시에게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줄 요량으로 가게에 세워달라 했더니 구멍가게 지날 때마다 안 판다고 지나쳤다. 골목길이 끝나고 2차선 도로에 진입했다.
퍼시가 2차선 도로를 가리키며 하이웨이(Highway)! Oh!~ 하이웨이, 큰길. 꿀물은 너무 좋다, 재밌어. 연발하며 호호호 신이 났다. 가게 앞에 멈췄다. 간판이 J-Mart 라 쓰여 있다. 그럼 좀 전에 말했던 게 K-Mart가 아니고 J-Mart를 얘기했던 거였어. 누가 콩글리시일까? 아무래도 우리겠지. 퍼시가 주인에게 아이스크림? 하고 물으니 없다고 했다. 다시 출발한 후 200여 미터 지났을 무렵 입간판에 "Cebu happy world museum"이라 쓰여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한쪽에 조그만 가게가 있었다. 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철망이 되어 있고 잠가져 있었다. 퍼시가 알은척하니 문을 열어 줬다. 아이스크림 냉장고와 음료수 냉장고 각각 자물쇠를 채워놨다. 퍼시에게 아이스크림 먹을 거냐 물었더니 음료수를 먹겠단다. 우리는 요플레 요구르트처럼 포장된 망고 맛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주인이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팔자마자 자물쇠를 채워버렸다. 퍼시한테 음료수 말고 더 먹을 것 있으면 먹으라 했더니 괜찮다며 사양한다. 우리가 먹고 있는 망고 아이스크림 한 개를 더 달라고 하여 퍼시에게 줬다. 퍼시가 먹지 않고 뭉그적거린다. 왜? 하고 물었더니 딸내미 갔다가 준다며 챙겼다. 필리핀 남자 모두 놀음 좋아하고 책임감 없는 게 아니었다. "퍼시 같은 아빠도 있구나" 생각하니 코 끝이 찡해 온다. 국적 불문하고 다 같은 부모 마음이다.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마시면서 땀 좀 식혔으니 알레그리아 로드(하이웨이 도로를 일컫는다.)를 주행하며 리조트로 향했다. 동영상 감상하면서 느꼈지만 영어 회화 실력이 완전 꽝이다. 퍼시가 Korea School 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상한 말이 튀어나온다. 됐어, 다 돌아가, 쓰리 달러, 2바퀴... 동떨어진 얘기를 마구마구 해댄다. 내가 아닌 것 같아 코리아?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침묵이 흐르고 좀 더 가다 보니 Cordova-korea friendship school 간판이 보인다. 퍼시가 했던 말이 코피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말했던 것이었다.
꿀물이 아들 둘이 대학(college) 다닌다고 말하자, 퍼시가 자녀가 3명이고 한 명은 대학교, 한 명은 고등학교, 한 명은 초등학교(elementary)에 다닌다고 말한다. 여기서 퍼시가 초등학교를 "일리멘따리"라 발음하는 바람에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해야 했다. 그래도 꿀물은 괘념치 않은 듯 천연덕스럽게 아이~ 재밌다 호호호. 난 속으로 재밌다니 다행이네그려 너무 귀여워. 가는 도중 아이 재밌네! 소리를 여러 번 한다.
문득 퍼시에게 사준 아이스크림이 녹을까 봐 염려를 했다. 그러면서 퍼시는 딸내미 생각도 하고 열심히 사는 것 같다며 칭찬하더구먼 애썼으니 "담배라도 한 갑 사줘 봐" 호호호 웃더니 너무 재밌었어... 세부 온 것 중에 호핑하고, 일출하고, 인력거 탐방이 좋았다고 내색을 한다. 두런거리며 수다 떨다 보니 리조트 앞 출발했던 동네 어귀에 도착했다. 꿀물 마지막 말도 멋지게 영어로 마무리한다. Oh!~ Good!
나도 만족, 꿀물도 만족, 아마 퍼시도 만족했겠지? 그러면 됐지 뭐.
바로 앞에 K-Mart가 있기에 퍼시를 불렀다. 퍼시가 아이스크림을 내보이며 인력거를 타고 휭하니 사라진다. 녹을까 봐 딸내미한테 황급히 가져다주려는 것이다. 저런 애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인력거꾼을 하면서 대학도 보내고 그랬겠지. 빈민 촌 아빠 중 흔치 않게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고 뿌듯해졌다. 집이 가까이에 있었는지 냉큼 주고는 금방 돌아왔다.
퍼시를 마트로 불러 맥주 한 잔 먹을 거냐 물었더니 안 마신단다. 즉, 영업 중이니 마시지 않겠다는 것이리라. 직업의식도 투철하다. 대신 먹고 싶은 것 골라보라 하였더니 큼지막한 초코칩 과자 한 봉을 집어 들었다. 정확하게 A Choco Soaked Snack Sponge Crunch (초코에 흠뻑 젖은 간식 으드득 스펀지) 일명 스펀지 과자 3달러였다.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니지만 퍼시에겐 좀처럼 맛보기 힘든 가격이었다. 너무 친절하고 자상하게 인력거 탐방시켜준 고마움의 표시이다.
나는 맥주 한 캔 마시며 퍼시에게 아이들 잘 키우고 돈 많이 벌어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덕담해 주고 헤어졌다. 얼 듯 퍼시 뒷모습을 봤더니 금세 과장 봉지 들고 집으로 쏜살같이 힘주어 페달을 밟는다. 그 모습에 괜히 가슴 뭉클해진다. 퍼시 안녕!~
현지인 퍼시와 잠깐의 정을 나눴던 짧은 시간이 아쉬웠지만, 상황에 만족했고 감동이 밀려왔다. 나를 돌아보고 바로잡아줄 힘. 그게 여행의 참 맛이리라.방으로 올라와 짐을 꾸리고 침대에 누웠다. 아직도 콜드바, 알레그리아 인력거 탐방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심슨이 말한 대로 카운터에서 체크아웃하라는 것임을 짐작하고 꿀물이 OK OK하고 끊었다. 뭔 말인지 알면서 그래? 심슨이 그랬잖아. 무조건 OK OK 하면 된다고... 그랬더니 5분도 안 돼 BellBoy(벨보이)가 수레를 끌고 올라와서는 노크를 했다. 이게 뭣이여? 심슨 나쁜 놈. 아니 영어 못한 우리가 무능한 것이지. 캐리어는 그냥 우리가 들고 나가도 되는데, 벨보이가 올라왔으니 팁을 줘야 하잖아.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20분 후에 오라고 돌려보냈다. 10분쯤 있다가 그냥 내려가자고 하여 벨보이를 부르려고 갔는데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캐리어를 싣고 라운지로 내려오니 심슨이 대기하고 있었다. 들어올 때 맡겨 두었던 보증금(디파짓: Deposit) 50달러를 찾아 점심 리조트 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디파짓 50달러를 모두 찾았다는 것은 우리 방에 물품들이 하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원래 리조트에서 점심은 안 주는데, 마지막 날 점심은 리조트 식으로 점심을 주는가 보다. 3일 동안 아침을 책임졌던 솔레아 식당을 영상에 담아봤다.
내가 주문한 돼지 불고기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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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물이 주문한 닭 불고기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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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맛있으면 이상야릇 오묘한 표정으로 음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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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보며 무슨 생각으로 먹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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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당과 공원 구경
그리고
두세 군데 쇼핑 관광을 마치면
저녁 식사 후
2시간짜리 스톤 마사지를 받고
막탄 공항으로 간다
새벽 1시 15분 진에어 항공편으로
한국으로 날아갈 것이다.